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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문턱에서
    일상 2020. 10. 5. 23:36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던가. 귀신, 괴물, 미지의 생물 등 우리를 무섭게 하는 존재는 무수히 많다. 그중 보이지 않으면서도, 언젠가 누구나 반드시 마주해야 할 두려움이 '죽음'이다. 

     

    세상에는, 또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중에서도 죽음의 문턱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제 끝인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번 있다. 초등학생 때의 일이다. 가족과 친척과 함께 계곡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우리는 다리 밑에 자리를 잡았고, 아버지와 이모부와 함께 족대를 가지고 고기를 잡으러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에게도 그리 깊지 않은 수위였다. 아버지께서는 물고기를 담을 수 있게 봉지를 가지고 와 달라고 부탁하셨고, 나는 가족 있는 곳으로 돌아가 봉지를 가지고 따라갔다. 아버지와 이모부는 어느새 강이 굽어지는 곳으로 들어가셨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물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내 발이 쑥 하고 빠져버린 것이다. 아마 물이 굽어 흐르는 곳이라 계단처럼 바닥의 높이가 확 낮아지는 곳이었나 보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나는 무척이나 당황했고, 수영도 못했던 터라 허우적거리며 물 위로 떴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몸에 점점 힘이 빠져갔다. 허우적거리기나 해서 물 위로 잠깐이라도 얼굴을 내밀었던 횟수도 점점 줄어갔고, 머리에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아직도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한다. 산만큼 커다란 아버지가 그 커다란 손으로 나를 물속에서 건져주는 상상을 했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나에게는 무척이나 간절했다.

     

    그렇게 바닥으로 점점 가라앉으며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뻗은 내 팔을 물 위로 잡아끌었다. 아버지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다리 밑에 앉아있던 어머니가 물에서 혼자 첨벙거리고 있는 나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해서 아버지를 불렀다고 하신다. 만약 아무도 내가 빠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더라면 그 날이 나의 마지막 날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새파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죽음이란 항상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실감했다. 가끔 '나중에 내가 죽기전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그 날을 떠올린다. 또 그럴 때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도전해봐야 한다고 다짐한다. 한 번뿐인 삶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보지 못하면 무척이나 후회할 테니까.

     

     

    2020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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