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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이 된다는 것
    일상 2020. 9. 25. 23:48

    개인적으로 듣기도 싫고 사용하기도 싫은 말이 있다. 그것은 본인을 '형'이라고 지칭하는 것. 예를 들어 "형이 ~해줄게"나 "형은 ~했었는데"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런 말투를 듣는 순간 나의 인상은 금세 찌푸려지게 된다.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방보다 위에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첫 만남이 이루어질 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가 흔한 질문 중 하나라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나이에 민감한지, 이로 상하를 가르려 하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형'이라는 것이 나이가 많다고 되는 것일까.

     

    군대 당시의 이야기를 해볼까. 훈련소를 수료하고 자대 배치를 받으며 나는 동기 세 명이 생겼다. 꽤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하였기에 동기들보다 다섯 살에서 여섯 살쯤 많았다. 분명 처음 이 친구들이 나를 만났을 때 나이차 때문에 꽤 불편했으리라. 나는 항상 '형'이라는 단어 대신 '나'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또, 나이가 많다고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았으며, 작업이나 근무에서 배려를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이로 누군가의 위에서 바라보는 형태가 아니라, 나이가 적건 많건 서로 존중하며 동등한 입장에서 관계를 맺어가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그 덕분일까 시간이 지나고 상병이 되었을 때, 한 동기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내가 진정으로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는데, 형이 그 중 하나야."

    이 말을 듣고 나는 무척 기뻤다. 내 노력이 보답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 친구에게 진정으로 신뢰받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굉장히 감격스러웠다. 

     

    '형'이라는 단어는 본인 스스로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어떠한 형태로든 인정을 해 주었을 때 사용되어지는 말이 아닐까. 그 출발점이 나는 서로 동등한 입장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나이에 대한 나의 사고가 옳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나에 대하여 별 것도 아닌 것에 민감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들려주시길 바란다.

     

    2020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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